3D 프린터로 소고기 찍어낸다…'식탁 데뷔' 앞둔 배양육

입력 2024-05-01 18:07   수정 2024-05-09 16:22

‘실험실 고기’인 배양육의 국내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배양육을 식품 원료로 인정하고 대량 생산할 길을 열어주면서 상용화 작업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소와 돼지를 농장에서 키우지 않고 고기를 만들어 먹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열리는 배양육 시장

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고 경북 지역을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동물이 살아 있을 때나 도축된 직후 세포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허용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살아 있는 동물 세포를 활용하면 배양육 생산량을 2~8배 늘릴 수 있다”며 “상용화 수준으로 배양육을 대량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보다 실제 고기에 가깝고 생산 속도도 빠르다. 동물의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게 첫 단계다. 이 중 근육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이를 배양해 근육으로 만든다. 근육이 커지면 고기가 된다. 이스라엘 푸드테크기업 스테이크홀더는 배양육을 3D(3차원)프린터로 찍어내는데, 시간당 장어 268㎏을 생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배양육 판매가 불가능했다. 관련법이나 식품 인허가 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도화가 시작된 건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배양육 원료를 기준·규격 인정 대상에 추가하면서다. 셀미트(독도새우 배양육), 씨위드(한우 배양육), 스페이스에프(돼지 배양육), 심플플래닛(배양육 파우더) 등 주요 스타트업이 앞다퉈 식품 원료 인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선 대상, 풀무원, 한화솔루션 등이 스타트업과 손잡고 배양육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배양육 판매가 허용된 국가는 미국·싱가포르(닭고기)와 이스라엘(소고기) 세 곳뿐이다.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첫 배양육 판매가 승인된 이후 신규 기업이 잇달아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들 국가에서 배양육 판매를 승인받은 회사는 아직 소수다.

올해는 다양한 국가와 기업이 승인 절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기업 AT커니는 2040년 세계 배양육 시장이 6300억달러(약 87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일두 심플플래닛 대표는 “10년 뒤엔 세포배양 기술이 반도체 산업만큼 커질 것”이라고 했다.
○“5억~10억원 인증 비용 부담”
배양육 대중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가격이 비싼 데다 소비자들의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네덜란드 배양육기업 모사미트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배양육 버거패티는 한 장당 25만유로(약 3억7000만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 닭고기 1파운드당 1만원 정도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생산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판매가 허용된 해외에서도 배양육은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국도 식품 원료 승인 절차를 마련했지만 결론까지 최대 270일이 걸리는 등 규제 장벽이 높다. 정 대표는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승인 절차가 훨씬 길고 복잡하다”며 “자료 준비에만 5억~10억원이 드는데 비용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금준호 씨위드 대표는 “배양육 규제를 바이오 관점에서 식품 제조업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축산업계의 반발도 과제다. 배양육 시장이 커지면 고기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축산업계는 표시 기준부터 문제 삼을 공산이 크다. 육류 판매대에 배양육을 진열하지 못하게 막는 식이다.

미국 축산업계도 배양육에 ‘고기(meat)’ 명칭을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 대선을 앞둔 미 공화당 의원들은 축산농가를 의식해 배양육에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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